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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연필 깎아서 좋아하는 시 필사하기

굳이 연필 깎아서 좋아하는 시 필사하기

마지막으로 연필을 잡아보신 적이 언제이신가요?
어릴적에는 샤프를 쓰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그리고 손에 있는 연필이 가끔은 원망스러웠죠. ‘왜 내게는 샤프가 없을까’하고 말이죠.

성인이 되고나니 샤프 마저 쓸 일이 줄었어요.
토익시험이나 학교 중간, 기말고사를 볼 때 아니면 플라스틱 키보드 자판 두드리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리해졌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니 흑연으로 이루어진 연필 뿐만 아니라 샤프, 그 무엇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평소 업무는 대학 때처럼 키보드와 마우스로 다 처리했고, 그나마 서류에 결재 서명을 할때만 볼펜이나 수성펜을 사용하고 있어요.

12월 초 어느 저녁, 문득 무색하게 제 책상 한 켠에 있는 연필꽂이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수많은 샤프, 볼펜들 사이에 연필 한 자루가 불쑥 튀어나와있더라구요.
그래서 오랜만에 연필의 필기감을 느껴보고자 다이소에서 연필깎이를 사가지고 와 빛바랜 A4용지 한 장을 꺼냈습니다.

커피그라인더로 커피콩 갈 듯, 연필깎이로 연필 깎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수동 그라인더로 커피콩을 가는 시점부터 커피를 즐긴다고 하더군요. 그 손맛, 커피콩이 갈리며 풍기는 향.
저는 연필을 연필깎이로 매끄럽게 깎으며 연필의 생명이 닳는 소리와 텁텁하게 풍기는 나무 냄새를 느껴보았습니다.

사각사각 연필을 깎 연필깎이 소리

연필을 만족스럽게 깎고 나서 김병률 시인의 ‘청춘의 기습’을 필사해보았습니다. 샤프나 펜으로 썼을 때와는 남다른 필기감이 묘한 만족감을 주더군요.

오랜만에 듣는 연필 소리, 까만 흑연이 하얀 종이에 흠집을 내며 글자가 새겨지는 모습이 반갑다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많이 편리해졌지만, 그럼에도 연필을 찾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아날로그를 찾는 것은 옛날 그 시절 내가 그리워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저도 종이에 연필로 검은 선을 그으며 철없던 어린시절을 잠시나마 회상하며 기뻤습니다.

청춘의 기습 – 김병률

때로는 옛 것을 굳이 다시 해보며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총총.

<Slack 댓글>

  • 연필 너무 아날로그 감성 있어요 👀
  • 우와..! 정말 향수를 느끼게 되는 굳이 활동이네요! 저도 오늘 일기는 연필로 써봐야겠어요ㅎㅎ
  • 노란 연필깎이와 연필 깎는 소리 그리고 시까지… 연필에서만 나는 특유의 나무 냄새가 상상되는 굳이입니다.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들이 생각나면서 문득 그리워지는 날이네요..!
  • 우와 연필 깎는 소리, 연필로 종이에 글 쓰는 소리.. 엄청 오랜만인데 정말 듣기 좋아요 🥹 이 글 보고 연필꽂이를
  • 봤는데 저도 연필 한 자루가 있긴한데 연필깎이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아날로그 감성 채우고 가요.. 📔✏️
  • 이 글을 보니 괜히 필통에 잘 깎인 연필 한 자루 넣어 다니고 싶어지네요. 초등학생 때 깎은 연필 부러지지 말라고 앞에 뭔가 씌워놨던 기억도 나고요.
  • 저렇게 생긴 연필깎이 너무 추억이네요,, 글씨도 멋스럽네용. 저는 개인적으로 연필을 좋아해서 가끔 일기를 연필로 쓰는데 반갑네요! 저는 블랙윙이라는 연필을 좋아합니다 😁
  • 연필 깎이 사러 갑니다…. 🏃‍♂️
  • 시도 연필깎는 소리도 너무 좋네요!! 연필만의 특유의 감성이 있죠ㅠㅜ 저도 주로 볼펜을 쓰다가 기분전환하고 싶을때나, 조금은 집중하고 싶을때 연필을 종종 쓰는 것 같아요.
    <청춘의 기습>이 너무 좋아서 김병률 시인이 궁금해지네요! 좋은 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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