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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향수 구입기 – 어벤투스&실버마운틴

인생 향을 찾다

지난 9월에 굳이 초면에 오피스투어 하기를 하며 친해진 동갑내기 지인이 있다.
그 지인과 같이 오피스투어를 하며 내 코 끝은 무의식적으로 그 지인에게 향했다.
향긋하다기엔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 않은 그러한 사람을 끌리게 하는 마성의 향이였다.
내 인생 향수의 첫만남이었다.
오피스투어가 끝나고 이어지는 ‘굳이어워드(Kuzi Award)’를 기다리며 용기내어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혹시 실례가 될 수 있는데, 무슨 향수 쓰세요? 너무너무 제 스타일이여서요.”
그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크리드요”

크리드, 아직은 어색한 단어

크리드, 생전 처음 듣는 단어였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Creed라는 프랑스 고급니치향수였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브랜드는 알았는데, 모델을 몰랐던 것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각 모델들의 향들의 텍스트를 보며 내 기억 속의 인생향수를 맞추어 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어벤투스’라는 향이라고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프랑스로 가다

11월 마지막주 어느날, 어느새 나는 프랑스 파리에 여행을 와있었다.
유럽사람들의 코 끝을 찌르는 진하고 다양한 향수를 맡으며 내 인생향수를 여기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숙소에서 밤새 크리드 매장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사실 인천공항에서 크리드 매장에 들리긴 했다.
어벤투스를 시향하고 인생향수로 확신을 하게 되었으나 사회초년생인 내게 100ml 51만원은 너무 크게 다가왔고 발길을 출국 비행기로 돌렸다.
여행을 하면서도 라파예트 백화점에도 들러 여러 크리드 향수를 시향하며 점점 더 매료되었다.

크리드(Creed)는 영국에서 양복재단집에서 시작하여 향수를 전문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며 영국황실에도 납품했다고도 알려진 고급니치향수 브랜드이다. 재미있는 점은 영국 태생이지만 본점은 향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파리여행을 기회 삼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크리드 본점에 방문했다.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한 겨울 가까운 샹젤리제 거리 풍경

크리드 본점 탐방

크리드 매장에 들어가니 1760년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며 그 깊은 유서를 어필하고 있다.

꽤 유서깊은 브랜드임을 어필하는 가계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옛날로부터 내려오는 사업자증명서(?)로 추정된다

그 반대쪽 벽면에는 보기만 해도 돈이 굴러들어 올 것 같이 화려하게 금색, 보라색 향수를 진열했다.

돈냄새 뿜뿜하는 밀레지움임페리얼과 퀸오브실크로 가득한 진열대

사실 크리드 본점을 이틀에 걸쳐 두 번 방문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어벤투스만 생각하고 왔는데 다른 향들도 너무 좋아서 고민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직원이 귀찮은 내색없이 매우 친절해서 부담없이 시향할 수 있었다.
직원분께서 내가 고민하는 향수 샘플 두 개를 주며 ‘오늘 하루 뿌려보고 괜찮으면 그 때 가서 사세요’라고 했다. 참 영업을 잘한다.
그렇게 ‘어벤투스‘와 ‘실버마운틴‘을 하루씩 뿌리며 비교해보고 다시 매장을 찾았다.

크리드 실버 마운틴 워터 오 드 퍼퓸 시향 후기

탑노트 – 베르가못, 만다린 오렌지
미들노트 – 그린티, 블랙 커런트
베이스노트 – 머스크, 페티그레인, 샌달우드, 갈바넘

시향후기 : 첫 향은 새콤달콤한 과일향이 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원하지만 포근한 향이 난다. 짧은 금발의 하아얀 남성이 테니스를 치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향이다. 봄, 여름에 가벼운 주말데이트에 어울릴 법하다. 다만, 지속력이 어벤투스에 비해 짧다는 느낌이 든다.

크리드 어벤투스 오 드 퍼퓸 시향 후기

탑노트 – 사과, 파인애플, 블랙커런트
미들노트 – 장미, 자스민, 자작나무
베이스노트 – 바닐라, 머스크, 오크머스

시향후기 : 첫 향은 파인애플의 새콤달콤한 향이 매우 강하다. 시원한 목욕탕 남자 스킨냄새 같기도 하다. 아, 물론 훨씬 고급스러운 향이라 거부감은 없다. 그리고 어벤투스의 진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난다. 특히 베이스노트의 바닐라, 머스크, 오크머스 향이 스모키하고 낮고 짙게 깔리며 이 우디한 향이 사람을 고급스럽고 지적이며 남성스러운 귀족처럼 보이게 한다. 다만, 이 향은 고급스러움이 뿜뿜하게 드러나는 향이라 캐주얼한 복장보다는 포멀한 복장(정장, 턱시도, 코트 등)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발향력과 향 지속력(잔향)은 실버 마운틴 워터를 압살한다. 아침에 뿌리고 저녁에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는데도 슬며시 어벤투스 향이 코를 스칠 정도다. (누군가가 어벤투스를 뿌리고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 한 칸에 어벤투스 향이 난다고 할 정도로 발향력과 지속력은 어마어마하다)
참고로, 어벤투스는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의 승리’를 모티브로 만든 향수라고 한다.

그 외의 크리드 향수 간략한 시향 후기

  1. 밀레지움 임페리얼 : 짭잘하지만 시원한 향이 매력적이다. 중동의 부자가 두바이 할리파에서 저 멀리 뜨거운 사막을 바라보며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이 연상된다. (부자 냄새)
  2. 버진아일랜드 워터 : 사실 이 향도 너무 좋아서 살까 말까 고민했다. 코코넛 향이 매우 강하며, 화이트 머스크 향수이다. 유럽 남부 몰타섬 해변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코코넛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연상된다. 다만, 이 향은 앞서 언급한 코코넛향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혹자들은 부드러운 코코넛향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고 한다)
  3. 그린 아이리쉬 트위트 : 이 향도 언젠가 내 향수 컬렉션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디한 향이 오래가서 좋다. 유럽의 빽빽한 숲 속 한가운데서 축축하게 이끼 낀 바위 위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는 내가 연상된다.
  4. 히말라야 : 향린이 입장에서 사실 히말라야는 실버마운틴워터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거의 비슷했다.

크리드 향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를 참고하기 바란다.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다양한 크리드 향수를 구경 및 시향할 수 있다.

어벤투스 향수 현지 가격

가격을 공유하자면, 어벤투스는 다른 향수보다 20유로 정도 비싸다.
어벤투스 100ml : 295유로 (’24년 12월 기준, 원화 442,625원)
어벤투스 50ml : 210유로 (’24년 12월 기준, 원화 315,089원)

한 방울 당의 가성비를 생각했을때 100ml가 낫다고 판단하여, 100ml로 구매를 결정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100유로 이상 구입시 택스리펀 최대 12%를 계산하면 원화 38만원 상당에 구입할 수 있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뜻밖의 이득, 여행용 아토마이저 증정

그리고 마침 내가 방문한 날은 11월 마지막주였다.
그 뜻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용기내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를 물어봤으나, 아쉽게도 크리드는 할인은 없다고 한다.
다만, 여행용 아토마이저에 원하는 향수를 추가로 담아서 준다고 해서 바로 지체없이 구입했다.

참고로, 아토마이저의 가죽은 에르메스 가죽이라고 하며 55유로 상당의 가격이라고 한다. (원화 약 9만원 상당)

실버 아토마이저가 매우 맘에 든다

어머니가 생각나서 여성향수도 추천받았는데, ‘러브앤화이트’를 추천해줬다.
향수는 개인취향을 많이 타기 때문에 샘플만 받아 어머니께 전달하기로 했다.

구입을 하고나니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직원이 샘플을 마구마구 넣어주었다.
한국인들이 샘플 많이 달라고 한 사례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

수많은 샘플과 어벤투스 100ml, 천으로된 크리드파우치, 그리고 아토마이저

구입을 하고나면 택스리펀 서류도 알아서 작성해준다.
공항에서 현금으로 받을지, 카드로 받을지 물어보고 택스리펀 서류를 공항에서 어떻게 신청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크리드 쇼핑백에 서류와 구입한 향수를 넣어주고 스티커로 밀봉한 다음, 크리드 손수건(?)으로 데코를 해준다.
저 크리드 손수건은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크리드 본점에서 인생향수를 사고야 말았다

향기: 나를 표현하는 작은 방법

나는 여행을 좋아하여 각 여행지에서의 테마음악을 선정하고, 여행을 하며 테마음악만 듣는다.
그렇게 하면 그 여행지를 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도 마찬가지이다.
난 향수 뿌리기를 매우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이 향기로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나의 정체성. 남들과는 다른. 그것을 향으로나마 표현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다만, 그동안 나에게 어울리는 향을 찾지 못하고 이 향수 저 향수를 뿌리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맡은 크리드 어벤투스 향에 매료되어 구입을 했다. 프랑스까지 가서.
이 향을 입음으로써 남들에게 내가 좋게 기억될 것이라는 생각에 살짝 흥분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본인의 향을 찾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총총.

<향수 뿌리는 방법>

향수 제대로 뿌리는 방법

현직 조향사가 알려주는 향수 뿌리는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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