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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싫어하는 음식 먹기

굳이 싫어하는 음식 먹기: 쪼그라든 나의 세계를 팽창시키기 위한 작은 시도

이른 저녁식사에 마주한 불편한 것, 토마토

오늘 마트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샐러드를 샀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제가 제일 싫어하는 ‘토마토’가 있었습니다.
토마토는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때 싫어하는 음식으로 꼭 잊지 않고 이야기하는, 극도로 배척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토마토와 얽힌 저의 악연을 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일종의 TMI.

토마토와의 악연

바야흐로 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2003년 초여름, 그 당시 학교에서는 편식 금지와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급식판에 있는 음식을 모조리 먹으라고 하는 일종의 ‘식고문’이 있었습니다 😵‍💫
어느날 다른 것은 다 먹었는데 방울토마토 정확히 3개가 남았던 걸로 기억해요. 방울토마토를 오른쪽 볼, 왼쪽 볼, 그리고 혀 위에 깨지지 않도록 살포시 올려놓고 선생님께 식판 검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다행히 수요일이라 4교시만 하고 하교를 하는 날이라 집까지 물고 와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던지듯이 벗고 싱크대에 토마토를 하나씩 뱉었습니다
어머니와 누나가 부엌에서 방울토마토가 떨어지는 세 번의 맑은 소리를 듣고 “독한 녀석.”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오랜시간 토마토를 정말 정말 싫어했고, 심지어 작은 입에 방울토마토가 한 가득 들어있는 악몽을 꾸고 식은 땀을 흘리며 깬 적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쪼그라든 삶을 팽창시키기 위한 작은 시도

하지만 오늘은 선장님이 최근에 올리신 아티클(새롭고 싶거든 ‘내 생활 반경에서 벗어나라)의 연장선으로, 쪼그라들어있는 제 삶을 토마토를 먹음으로써 다소 팽창시켜보았습니다.

이번 샐러드에 다행히도(?) 방울토마토가 단 하나가 들어있었습니다-여러 개 있었으면, 방울토마토 대군을 무찔렀다고 승전보를 동네방네 소문 냈을텐데 아쉽습니다.

저는 방울토마토의 비릿한 맛에 정면돌파하기 위해 제일 먼저 입에 넣고, 가루가 되도록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혀를 감싸는 토마토 특유의 향, 그리고 목구멍으로 넘어갈때의 비릿한 느낌이 썩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어릴적에는 그 향에 헛구역질을 남발하며 화장실로 뛰쳐 들어갔는데 제법 어른스럽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어른이 되는 법: 싫어하는 것을 줄여나가기

문득, 친구가 제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강민아, 편식을 한다는 것은 아직 어린애라는 거야.
어른이란 내가 싫어하는 음식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나도 싫어하던 음식을 억지로 먹어보니, 어느 순간 그 음식이 좋아지더라고.
너도 너가 싫어하는 것들에게 좋아해질 기회를 줘보는 게 어떨가?”

그렇게 오늘 토마토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아직은 친해지기 어렵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서먹한 사이로 남아있던 탓일 겁니다.
토마토와 친해지기 위한 오늘의 작은 발걸음이 제 삶을 멀리 멀리 확장하는 작은 디딤돌이 됐길 스스로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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