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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다이어리

일기, 옥죄는 쇠사슬

어렸을 적 학교에서는 늘 일기쓰는 숙제를 내곤 했다.
일기는 늘 방학마다 숙제로, 내게 큰 짐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어릴 적 호주로 한 달간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어머니께선 영어로 일기를 쓰게 하셨다-걸음마를 뗀 아기에게 100m 달리기를 하라고 한 셈이다.
어른들-선생님과 어머니-이 일기를 쓰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하면 강요라 느끼고 인상을 팍팍 쓰며 고사리 같은 손에 연필을 땀이 나게 쥐며 써내려갔다.
그 시절 나는 왜 일기쓰기 싫었을까.

반골 기질을 타고난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따분하게 반복하는 것만 같았던 것.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내 일기장은 늘 그렇듯 기억이 나지 않아 뉴스를 베껴 적은 오늘의 날씨와 반복되는 일상이 얇게 썰린 단편으로 가득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고, 사춘기라는 봄을 생각하는 시기가 오며 일기를 쓰는 행위는 내 삶에서 사라졌다.
하아얀 종이 위 검은 흑연으로 내 삶이 기록되는 것이 아닌, 내 가슴 속에 삶이 새겨질거라 굳게 믿었던 탓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참 어린 생각이였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안다.

일기, 그리고 자유로움

스무살이 지나고 책장 한 켠에 켜켜이 꽂혀있는 일기장을 꺼내 먼지를 털고 읽어본 적이 있다.
난 분명히 일기를 쓰는 것을 싫어했고 따분한 일상을 기억 저 편에서 그대로 복사해서 적어 놓았던 것 같은데, 일기장에 적힌 내용들은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투박하고,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슬펐다.
나를 옥죄는 쇠사슬 같던 일기는 오히려 자유로웠다.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것들로 가득 편집되어 있었다.

그렇다.
기억은 변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삶의 풍토에 풍화되어 내 입맛대로 왜곡된다.
하지만 기록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 과거의 일기장을 보며 새삼 느꼈다.

그 후로 나는 최대한 삶을 기록하려고 한다.
사진을 찍기도, 영상을 촬영하기도, 녹음을 하기도,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기도, 종이노트에 글을 쓰는 등 나를 이 세계에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3년 다이어리와 첫만남

그러던 어느날, 직장에서 친한 동료가 3년 다이어리-JKM591-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원래 일기장이나 다이어리는 1년 단위로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다.
이 상식을 뛰어넘는 물건은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모두 볼 수 있는 요물이다.
이 요물을 만난지 3일만에 구입을 했다.

자, 이제 나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가 될 책을 소개한다.

해리포터가 생각나는 포장

종이 소포 디자인으로 포장된 3년 다이어리

해리포터 영화에서 부엉이가 호그와트로 소포를 배달하는 장면이 떠오를 것만 같은 포장이다.
개인적으로 취향 저격이다.

포장지를 조심스레 열어보니, 고풍스런 책이 비밀을 가득 머금은 채 놓여있다.
포장지 안 쪽 역시 오래된 유럽 삽화가 그려져있는 것만 같다.

책에 대한 소개 브로셔와 감사 메시지가 같이 동봉되어 있다.
3년 다이어리 말고도 1년 다이어리와 10년 다이어리도 있다.
나는 다양한 색깔의 일기장으로 책장을 꾸미고 싶어 3년 다이어리를 선택했다.

오래된 대저택 서재 구석에 꽂혀있을 듯한 외관

서랍식 구조의 북케이스도 같이 있다.
앞으로의 3년을 꾹꾹 눌러담아 타임캡슐 마냥 이 케이스에 넣을 생각에 벌써 들뜬다.

북케이스에 꺼낸 3년 다이어리의 모습이다.
비밀스런 이야기를 가득 머금은 듯한 자태가 신비롭게 느껴진다.

다이어리의 옆면은 은박처리가 되어 있어 외부 오염과 훼손위험으로부터 강해보인다.
심지어, 성경과 같이 성스런 느낌마저 든다.

3년 다이어리: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의 교차점

맨 앞장이다.
여느 다이어리와 마찬가지로 내 정보를 간단히 적을 수 있다.

언젠가 내가 이 블로그에 썼던 내용이 생각난다.

다이어리의 구성은 위와 같다.
1. 나의 가치관 : 내가 소중히 하는 것
2. 기억해야 할 것 : 내가 소중히 하는 것
3. 월간계획 : 월별 소중히 채워갈 것
4. 매일의 기록 : 잊고 싶지 않은 매일의 소중한 것
5. 내가 사랑하는 순간 : 소중한 모든 것

“여행의 시작”이라는 설레는 단어와 함께 3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로 일기가 시작된다-낭만 그 자체.

Design my History, 내 인생(역사)를 설계한다. 꽤 근사한 문구다.
내 단점은 막힘없이 써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인생의 좌우명이 뭔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새삼 적어내려가려니 막막하기만 하다.
‘단점’이 아니라 ‘내가 버려야 할 것’이라는 단어 선택이 참 맘에 든다.
25개의 버킷리스트를 얼른 채워서 하나씩 지워나가고 싶다.

Redesign my History.
사람의 가치관은 수시로 바뀐다.
3년이면 한번쯤은 가치관이 바뀔 것이라고 이 다이어리를 만든 사람은 생각했나보다.
내 가치관도 3년 간 더 긍정적으로, 더 발전적으로 바뀌어 이 페이지를 다시 써내려가길 기대한다.

생일, 기념일, 시험날짜 등 특정 날짜를 기억하기 위한 페이지도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미 예정된 계획보다는 아마 앞으로의 3년 간 겪을 소중한 찰나를 여기에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서 기억의 책갈피로 사용할 것 같다.

월간 계획을 세우는 부분이다.
2025년부터 2027년의 각 달에 무엇을 계획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레이아웃이 참신하다.
마치 실시간으로 타임캡슐을 여는 것 같다.

매일을 기록하는 본문 역시 레이아웃이 보기만 해도 설렌다.
2027년 1월 7일의 ‘나’는 2025년, 2026년 1월 7일 두 명의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저 작은 메모지 같은 하루에 내 거대한 하루를 눌러담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떻게 하면 단순한 문장으로 내 삶을 담아낼 지 계속 고민해봐야겠다. (그 날 그 날을 짧은 시로 표현해볼까)

각 달에 빈 페이지도 있다.
갑자기 자유가 생기면 어쩔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까 좋아하는 시를 적을까 아니면 단순 메모를 적을까 여기에 무엇을 채울지 행복한 고민이 된다.
기억 저 편을 뒤져보니 이전에 굳이프로젝트 어워드에서 개인 다이어리에 만나는 분들로부터 방명록을 받는 분이 계셨는데, 나도 방명록을 받아볼까 잠깐 생각해본다.

무려 3년의 방대한 기록을 담을 책, 길을 잃을지 모르니 책갈피가 필요할 것이다.
다행히도 다이어리에 자체 책갈피가 끈 형태로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을 수 있는 부분이다.
좋아하는 명언이나 문구, 영화, 책 등을 간단히 기록할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면 말이 많아지는 편이라 그런 것일까.
저 작은 네모상자가 야속하게 느껴진다.
앞으로의 3년 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으면 나도 나를 잘 알게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메타인지 상승.

다이어리 마지막에 이르면 “긴 여행을 마치며”라는 낭만 치사량의 문구가 맞이한다.
3년 간 성장하는 나를 꾸준히 기록하고, 그 끝에 이 문구를 맞이했을 때의 그 기분을 나는 지금 감히 상상할 수 없다.

3년 간의 대장정을 끝마치며 나의 소감, 다짐을 적는 공간이다.
내가 이 곳에 어떤 감정을 적을지 궁금하다.
후련함일까, 후회일까, 안도감일까, 기쁨일까, 분노일까, 설렘일까, 절망일까, 희망일까, 우울일까, 행복일까, 자유로움일까.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은 “나의 3년의 기억”이라는 아련한 단어로 끝마친다.
마치 소설 ‘걸리버여행기’의 마지막 장을 보는 것 같다. 다만, 내 책과 걸리버여행기의 다른 점은 아직 내 이야기는 시작하지 않았고 끝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3년의 기억이 아름답게 써내려가길 간절히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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