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포근한 잠자리에 누울때면 늘 어머니께서 차분한 클래식음악을 틀어주셨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자기 전에 좋아하는 클래식음악을 늘 듣고 잔다.
자기 전에 듣는 최애 클래식 음악 중 오늘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Träumerei)에 대하여 소개하고 싶다.
Träumerei
트로이메라이는 독일어로 환상, 공상, 꿈이라는 뜻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곡은 슈만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들었다고 하며 13개의 피아노 소품으로 된 어린이 정경의 7번째 곡으로 작은 두도막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악보가 한 페이지 밖에 안되고 악상이 복잡해 보이지 않아 쉬워보이지만 느낌을 살리기 굉장히 까다롭다고 한다.
호로비츠의 트로이메라이
수많은 연주자들이 이 곡을 연주했지만, 한 연주를 제외하곤 내게 감동을 준 것은 없었다.
내게 감동을 준 연주는 바로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1986년 4월 모스크바 초연이다.
위 영상은 1986년 호로비츠가 미국을 망명하고 61년만에 조국 소련으로 돌아와 모스크바에서 열린 마지막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한 장면이다.
그의 겸손한 연주를 듣다보면 영상의 관객들처럼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난다.
돌고 돌아 삶의 끝자락에 고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연주를 한 당시 호로비츠의 마음이 감히 짐작되지 않는다.
호로비츠가 오랜 시간 바랬던 꿈을 “꿈”이라는 피아노곡을 연주하며 담담히 관객에게 들려주는데 그의 오랜 슬픔이 듣는 이에게도 가슴 아려오는 것을 보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모스크바 초연을 마치고 3년 후, 그의 아름다운 선율은 영원히 멈추었다.
트로이메라이 = 추억!
트로이메라이는 과거를 추억하는 곡인 것 같다.
슈만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했고, 호로비츠는 그리운 고국을 추억했다.
그리고, 나는 어린 시절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을 추억한다.
트로이메라이 = 환상?
하지만 추억에 집착하기 보단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과거는 이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모두 트로이메라이이다. 즉, 환상이라는 것이다.
바쁘게 꿈꾸지 말고, 편안하게 꿈꾸자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하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하고 각박한 현실에만 충실한 삶은 불행할 것 같다.
가끔은 미래를 꿈꾸는 것 말고도, 추억을 꿈꾸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