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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오락실 – 한스밴드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 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

어렸을 적 누나는 ‘오락실‘이란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도 시험을 망쳐서 기분이 꿀꿀할 때면 이 노래를 덩달아 흥얼거리며 신발을 질질 끌기도 하고. 친구들과 “대머리”라는 단어에 꽂혀서 장난을 치는데 깔깔거리며 쓰기도 했다.

이처럼 오락실이란 노래는 어린이들도 흥얼거릴 정도로 가사가 재치있고 쉽고 재밌다. 노래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시험 망쳐서 오락실에 갔더니 대머리인 우리 아빠가 있었고, 엄마 몰래 둘만의 비밀 이야기를 만든다는 재밌는 노래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대한민국 외환위기인 IMF로 인한 실직자의 아픔이 스며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다.
순수한 어린 아이 눈에서 어른을 바라보듯 쓴 이 노랫말은 이제 20년도 넘게 흘러 청년에 들어선 내게도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락실이란 노래가 이전의 IMF시절 해고를 당한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만 들렸고, 이제 과거의 유산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날 은퇴를 한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를 봤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이미 내 주변에 오락실 대머리 아저씨는 많았다.
단지 내가 무관심했음을 깨달았다.
회사에, 국가에, 삶에 최선을 다했던 우리 아버지들은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새고 명예롭게 은퇴했지만, 다시금 가족을 위해 일하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버렸다.
왜 우리 아버지들은 일을 계속 하려고 할까?
이 뉴스에 댓글 중에 그 답이 있었다.
우리 청년들이 몸만 큰 어린이가 되버려 부모님께 부담을 주진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도 자신의 삶이 부모님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뼈와 살로 채워지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요즘 뭐가 좋다더라, 누구는 뭐를 한다더라, 누구누구가 부럽다 등…
무심코 던진 내 말이 자식에게 뭐든 채워주고 싶은 부모님께 부담이 되지 않았는지 반성을 해본다.

요즘들어 오락실이란 노래를 즐겨 듣지 못한다.
가슴 한켠이 답답하고 시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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