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너를, 나태주
누구나 겪었을 짝사랑에 대한 나태주 시인의 시이다.
짝사랑 만큼 잔인한 사랑이 있을까.
‘내가 너를’이란 시도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하다.
이 시를 요즘들어 다시 보는데, 문득 어느 한 드라마에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한테 본인의 짝사랑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다들 이 말도 안되는 억지를 보며 웃지만, 짝사랑을 진정으로 해본 사람은 저 장면에 씁쓸하게 같이 웃을 뿐일 것이다.
요즘 좋아하는 서덕준 시인의 짝사랑에 대한 몇 개의 시를 더 소개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향해 당신이 비행한다
나는 당신이 남긴 그 허망한 비행운에
목을 매고 싶었다
비행운, 서덕준
너는 몇 겹의 계절이고 나를 애태웠다
너를 앓다 못해 바짝 말라서
성냥불만한 너의 눈짓 하나에도
나는 화형 당했다
장작, 서덕준
어둠 속 행여 당신이 길을 잃을까
나의 꿈에 불을 질러 길을 밝혔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는 일쯤은
포기하기로 했다
가로등, 서덕준
당신은 봄볕 하나 주지 않았는데
나는 습한 그늘이었는데
어찌 당신을 좋아한단 이유만으로 이렇게 꽃을 틔웠습니까
물망초의 비밀, 서덕준
사랑에 대한 수많은 시가 있다.
그 중 짝사랑에 대한 시는 은은히 가슴 찌르는 듯한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오래되어, 상처였음을 짐작만 할 수 있는, 상흔이 되어버린 옛사랑은 가슴 깊이 멍울져 남아 문득문득 우리에게 찾아온다.
우린 늘 그것을 이제는 추억이라 치부하며 다시 고이 가슴 깊은 곳에 내려놓고 다시 무거운 뚜껑을 닫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