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그저 행복했던 곳
어릴적 우연한 계기로 한달동안 호주살이를 했어요.
아직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구요.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도 하고, 여유로운 호주인들의 삶에 부러워도 하며 제 세계가 처음으로 팽창하는 계기가 된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그런데, 오늘 문득 궁금하더군요.
‘내가 살던 그 집을 찾을 수 있을까?’
기억의 조각을 모으다: 명탐정 등장
일단 단서를 모았습니다.
나름 제 장기 중 하나가 쓸데없는 것을 잘 기억하는 것인데 이번 기회에 장기를 살려봤습니다.
제 기억상의 단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스트라스필드역까지 걸어다녔다.
- 스트라스필드 공원도 자주 걸어갔다.
- 버우드로 걸어가 장을 보곤 했다.
- 걸어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한인교회가 있다.
- 그 한인교회 이름이 스트라스필드 장로교회(?)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 집 우측 가까이에 조그마한 로터리가 있었다.
저희 누님이 호주에 살며 매일 작성한 31일치 일기장을 아버지 보물창고(A.K.A. 외장하드)에서 찾았고, 거기서 집 외관 사진을 간신히 건졌습니다-마침 집 기둥에 집 주소가 숫자로 적혀있어서 그나마 찾기 수월하겠네요.
수색구역 설정: 꼭 찾고 말겠다는 의지
자, 이제 구글맵을 켜고 한인교회, 공원, 역을 찾았습니다.
한인교회는 오전에는 한국인이, 오후에는 호주현지인이 예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마침 교회 예배당사진이 있어서 스트라스필드 내 한인교회 예배당 사진을 비교해서 찾았습니다.
세 장소를 각 꼭지점으로 삼각형을 그려 무려 17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스트릿뷰를 켜고 같이 걸어보았습니다.
한 시간 즈음 걸렸을까요.
한참을 찾아도, 못 찾아서 혹시나 집이 헐리거나 리모델링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구글맵 타임머신을 켜서 매의 눈으로 다시 기억 속 그 길 그대로 걸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습니다.
제 살던 곳은 2014년 즈음에 팔려서 헐고 새로 지었더라구요.
탐정놀이, 추억회상 그리고 가족과의 대화
지난 한 시간 동안 호주살이 시절 사진과 일기를 보며 가족들과도 카톡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호주 여행을 하는 것 같아 설렘도 가득했구요-증거를 모아서 추리하며 찾는 재미도 쏠쏠.
여러분도 이따금씩 구글맵으로 본인의 추억의 장소로 가보는 것은 어떤가요?
<Slack 댓글>
- ㅋㄱㅋㅋㅋ1시간ㅋㅋㅋㄱ 세계가 팽창했던 경험이라니!! 정말 좋은 추억이네요,,, 일기 살짝 훔쳐봤는데 너무 좋았겠다,,, 🫢 여유롭고 자연이 경이로운 호주.. 언젠가 가보고 싶습니다
- 추억이 있는 곳은 항상 그리운거 같아요! 저도 예전에 살던 토론토 집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ㅎ
- 헉 너무 좋아요.. 저도 호주워홀경험이 있어서 올려주신 사진이랑 내용들이 낯설지가 않았어요ㅠㅠ 넘 좋다 저도 제가 살던 집들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