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데, 내 고개는 왜 벌써 숙여질까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던 20대 초반을 지나 어느덧 20대 후반에 다다른 어느 가을밤.
추수 때가 되면 벼는 그 결실로 허리를 굽힌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결실이 맺히지 않았는데 허리를 굽히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험난하고 거대한 세상 앞에 겸손해진 것인지 아니면 온갖 무거운 생각이 어깨에 내려앉아서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락클럽 같이하기’를 보고 부랴부랴 참석희망을 표했습니다.
그간 묵혀온 근심걱정을 시원한 샤우팅과 점프로 날려버릴, 굽은 허리를 곧게 필 절호의 기회였으니까요.
락 즐기기 전, 든든하게 배 채우기
할로윈 주말을 알리는 어느 뜨거운 가을 금요일 밤,
락클럽에서 털어버릴 직장에서의 피로와 걱정들을 한아름씩 들고 세명이 모였습니다.
미국 시카고 테마의 타코집에서 털보 주인아저씨의 유쾌한 큐레이팅과 함께 국그릇만한 잔에 담긴 맥주를 마시며 아직은 어색한 서로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갔습니다.
생애 첫 락클럽 입장
어느덧 저녁 9시 50분이 되어 뒤늦게 합류하시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고대하던 락클럽으로 발걸음을 이동했습니다.
수많은 경찰과 안전펜스, 그리고 화려한 경광봉을 보고서야 오늘이 할로윈 주간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락밴드 공연은 이미 7시부터 시작을 해서 이제 슬슬 마지막 밴드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35,000원이라는 나름의 거금을 지불하고 남은 공연을 봐야한다는 아쉬움과 망설임도 잠시,
‘오늘 아니면 언제 이런 곳을 와보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새 오른손등에 감색의 클럽마크가 박혀있었습니다.
어두침침한 지하 클럽에 들어가니, 자그마한 공연장과 함께 ‘블루터틀랜드‘라는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뭐랄까, 검정치마 밴드와 크라잉넛을 섞은듯한 날것 그대로의 밴드여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막이 내려가고, 다음 밴드인 ‘맥거핀’이 등장했는데… 최고였습니다.
저의 출퇴근 플레이리스트에 당당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할 도파민의 등장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맥거핀의 Blackwater에 푹 빠졌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시작된 불금 디제잉 파티
밤 11시가 조금 넘어서야 공연이 끝나고
다같이 나와 근처 이자카야에서 간단하게 음주를 하며 서로의 세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사뭇 아쉬웠는지 다시 락클럽으로 돌아가
이제는 디제잉클럽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다같이 새로운 모습으로 신나게 뛰놀고 헤어졌습니다.
설렘 선상의 점, 우리의 교차점
이번 ‘굳이’는 언젠가 반드시 다시 경험하고 싶은 굳이 모먼트였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제 락클럽도 저의 설렘의 선상에 들어욌습니다.
언젠가 여러분과의 설렘의 교차점에 락클럽이 있길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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