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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작별하지 않는다

굳이 독서모임 열기

사춘기보다 독하다는 이십춘기에 들어선 1인입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과거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현재에 대한 막막함이 복합적으로 어울어져 책의 세계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책을 읽는 시간동안만큼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여 그 세계에 푹 빠지는 느낌이 너무너무 즐겁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 지식의 샘에 뇌가 깨끗이 씻겨 싱싱한 생각이 계속 떠올라 좋았습니다.
요즘 책을 읽으면 나의 느낀점, 해석, 의문점 등을 혼자 인터넷을 뒤적이며 찾았는데, 이것들을 누군가와 소통하면 저의 세계가 더더욱 확장되는 발전적인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독서모임을 열어보았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한강 작가님이 맨부커상, 메디치상에 이어 노벨상까지 수상하시는 쾌거에 힘입어 작가님의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소재로 독서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독서모임을 나가본 적도, 주최해본 적도 없어 막막했는데 ㅇㅁ님이 많은 도움을 주어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 또 감사)

ㅇㅁ, ㅈㅇ, ㅈㅎ님과 나눈 지적허영심 가득한 내용을 여러분께도 공유합니다. (스포 주의)
 * 아쉽게도, ㅇㅁ님이 서기를 해주셔서 용민님 내용은 상당부분 생략되었습니다. 주옥같은 명언이 많았는데 아쉽습니다.

1. ‘작별하지 않는다’ 책에 대한 소감

(ㄱㅁ) – 한 문장 한 문장 읽기 어려웠어요. 감정적으로 힘들다기 보다는 한강 작가님의 꾸밈이 많은 문장, 모르는 단어를 유추하면서 읽는 게 힘들었고, 꿈 속을 걸어가는듯한 느낌이었고, 어렴풋이 끝나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이 책하고 작별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ㅈㅇ) – 생각보다 빨리 읽을 줄 알았는데, 오래걸렸어요. 제가 확실히 느꼈던 것은 한 문장이 흘려보낼 수 있는데, 놓치기가 어려웠고, 내 어휘력이 나쁘진 않겠지만, 오히려 좋았던 것은 이 단어를 몰라도 문장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사전 안찾아보고 유추해보는 게 한강 작가님만의 매력이 아닐까. 극복할 수 있는 게 사람.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게 다 깨닫지는 못하겠지만 어렴풋이 느껴졌습니다.

(ㅈㅎ) –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었는데, 그 책은 라이트하게 쓰여져 가볍게 읽기 좋았어요. 그리고 ‘일차원이 되고싶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까 너무 어렵고 한 문장이 고통스러웠어요. 화자의 고통이 저에게도 전해져서, 특히 친구 손 바늘로 찌르고 그런 부분 못 읽겠는거에요. 일부러 빠르게 넘겼어요.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니다. 그런데 기꺼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제주4.3도 잘 알고 있지 못하는데 그걸 배경으로 쓰셨으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학살 죽음 이별은 일상에서는 쉽게 다루기가 힘든데 이런 소설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읽기 어려우나, 기꺼이 읽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2. 검은색과 흰색의 대조가 반복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ㄱㅁ) – 검은바다 흰 눈의 대조, 작가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어두운 면과 폭력을 검은색으로 표현한 것인가? 나이브하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생략)…

(ㅈㅎ) – 저는 처음에 검은 나무들이 학살로 인해 죽은 사람들을 형상화한 게 아닐까. 흰색은 삶을. …(생략)…

(ㅈㅇ) – 진짜 눈을 묘사한 걸 읽는데 소름돋았어요 저는 눈을 표현하는 방법을 눈여겨봤어요. 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려면 미세한 입자 필요. 과학적인 설명 있는 문단. 제가 생각하던 검정색과 흰색의 대조는 보통 흰색은 완전무결함이잖아요. 하지만 여기서는 좀더 딥한.. 검은 먼지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흰 얼음결정체가 뭉쳐…(생략)…
검정색이 있기 때문에, 흰색이 고결해지는 것은 아닐까? 정색의 역할이 크고 고통도 와닿고.
검정색이 있기에 흰색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략)…

(ㅈㅎ) – 눈에 대해 왜 저렇게 부각을 할까? 뭔가 역경을 표현한 것일까? 눈이 과거와 이어주는 매개체로 활용하는걸까 …(생략)…

(ㄱㅁ) – 피해자 잡혀가고 함구하게 되고.. 그게 눈이 밀봉한다는 의미. 눈이 따뜻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진실을 감추려는 느낌. 못가게 하는 역경도 의미하지 않을까. …(생략)…

(ㅈㅇ) – 오랜시간 책을 집필하셨기 때문에 뭔가 하나의 의미도 은유적으로 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나의 문장에도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을까? 독자의 해석을 열어둔. …(생략)…

3. 소설 속 다양한 상징들이 있습니다. ‘나무’, ‘앵무새’, ‘바다’, ‘눈’ 등. 그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 나눠보아요.

(ㄱㅁ) – 앵무새의 의미는 뭘까요?

(ㅈㅇ) – 앵무새가 대답은 하지만, 일방적인 존재. 말은 하는데 의사소통은 못하는 존재, 연결을 하는 존재. 학살받은 존재와의 연결이 아닐까… …(생략)…

(ㄱㅁ) – 앵무새가 말을 하잖아요. ‘아니’라는 말을 계속 함. 왜 아니라고 하지? 내가 저 말을 많이 했나보다. 인선의 소원. 결국엔 이루어지지 못한. 영화로 찍으려고 했으나 못찍잖아요. 제가 보기엔 마지막까지 인선과 경하가 살아있는 것도 모르겠거든요. 저희가 보기에 앵무새가 모호한듯이, 인선과 경하도 모호하잖아요. 앵무새가 인선의 제2의 인격체가 아닐까? …(생략)…

4. 소설 속 당신의 최애 문장(부분)은 무엇인가요?

(ㅇㅁ) – “무섭지않았어. 아니,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 (318p 중) …(생략)…

(ㅈㅇ) –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상대의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 이러한 문장을 어떻게 쓰지? 직관적인 문장임에도.. 와 이래서 소설을 읽는구나 싶어서 인상이 남았던 것 같아요

(ㅈㅎ) – 인선과 어머니의 관계에 대한 묘사. 계속 제 머리속에 남는 게 애기 얼굴에 눈이 안녹았다. 그걸 이야기할 때 그 문장들이 계속 기억에 남는 거에요. 그 부분이 가장 와닿아요. 엄마가 너를 너무 사랑해를 표현하지 않아도 그게 사랑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새는 죽기전까지 약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꼿꼿하게 서있는다고. …(생략)…

(ㄱㅁ) –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고 이 물방울 만큼. 새도 가볍다고 말하지만 이것도 무게가 있다. 눈을 악으로 보기도 하지만, 희고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생략)…
       “이상하지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눈은 때떄로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지우고 덮기도 한다. 양면성이 있는 것.
새의 가벼운 무게를 느낄 줄 아는 경하는 아픔을 느낄 줄 아는 화자이지 않나… …(생략)…

5. 소설 속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ㄱㅁ) – 인선의 가족관계.. 지도 그리실 분.. …(생략)…

(ㅇㅁ) – 왜 인선은 경하를 제주도 산골로 보냈나..? …(생략)…

(ㅈㅎ) – 초반에 꿈이 나오고 갑자기 우울한 게 왜 그런걸까? …(생략)…

(ㄱㅁ) – 왜 글을 이렇게 쓰셨을까 이해가 어렵다.. 싶었는데 자꾸 무슨 의미지 하고 …(생략)…

(ㅈㅇ) – 고통의 감정을 글로 느낄 수 있는 거에 의의를 둔달까요,,, 예술이구나 싶은 …(생략)…

6. 이 소설의 주제가 ‘사랑’이라고 하는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ㅈㅇ) – 이 질문이 어려운 이유가 우리가 이 소설이 말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지 않을까?이고 사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사랑이 존재하는 것일수도 있잖아요. 예술로 승화한다는 느낌. 검정이 있기에 흰색이 있듯이, 고통이 있기에 사랑이 있다 고통의 승화, 사랑 …(생략)…
–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무기

(ㄱㅁ) – 159p 동굴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 “속솜허라.” 자식을 사랑해서. 할아버지가 외삼촌을. 또 인선의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사랑. 또 앵무새에 대한 사랑. 저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사랑인 것 같아요. 세상은 이해가 부족해서 비극이 일어났다. 또 세상은 사랑이 부족해서 비극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생략)…

(ㅈㅎ) : 그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에서 아빠가 아들한테 드럼통 안에 숨어있으라고, 우리는 숨바꼭질 하는거라고 , 잡혀가면서도 익살스런 표정짓는것 …(생략)…

(ㅈㅇ) : 서로의 고통을 안을 수 있을 수 있는 게 사랑이라는 표현 본 것 같아요. 파리에서 서점을 갔는데 한강 작가님 채식주의자 책이 많이 있는 거에요! …(생략)…

7. ‘작별하지 않는다’ 한줄평

(ㅈㅎ) – 저는 현대까지도 우리 삶에 크고 작은 폭력이 계속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고, 그 폭력과 작별할 수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는 아무리 폭력이 있어도, 우리는 작별하지 않고 계속 연대해야 한다는 의미일지도요! …생략…
저의 한줄평은 .. ‘폭력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대와 사랑!‘ 으로 하겠습니다.

(ㅈㅇ) – 한줄평 “작별하지 않을 용기”,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데 온힘을 다해서 쓰는 게 그게 사랑이지 않을까. 나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여러 굳이들을 해야겠다. 저도 쓰는 용기가 어려운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도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략…

(ㄱㅁ) – 제 한줄평은 “아프다 하지만 마주한다 그리고 떠나지 않는다.” 소설 속 인선의 수지봉합 바늘 3분마다 찌르는 장면, 하지 않으면 평생 환상통에 시달림. 당장은 내가 아프더라도 마주해야한다. …생략…

기꺼이 읽을 책

선장님의 “읽기어려운책이지만, 기.꺼.이. 읽을책이다.”라는 말처럼
한번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리며 긴 글을 마칩니다. 총총.

참고할만한 아티클

  1.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이야기 『작별하지 않는다』서평
  2. 작별하지 않는다, 눈처럼 마음속에 내려앉아 스며드는 책 
  3.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헤어짐,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4. 한강 작가가 말하는 ‘작별하지 않는다’ – 연세춘추

<댓글>

  • 저는 예전부터 문학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책을 읽고 글쓴이의 의도를 추론하고 논거를 파생시켜 나가는 과정들을 보니 인상적이네요! 그래도 여전히 저에게 문학은 어렵네요! ㅠㅠ
  • 여기 수상소감과 한강 작가님의 재충전 루틴도 다들 한 번 보시면 좋겠다 싶어서 올립니다 ㅎㅎㅎ 저는 반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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