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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 페블 구입기 (인생 첫 이북리더기)

최근 책에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한 달에 적으면 10만원어치, 많으면 30만원어치 책을 결재하기를 벌써 몇달이 지났다.
누가 독서가 돈 안드는 취미라 했던가! 빌려 읽으면 꽤 아낄 수 있겠지만, 책에 대한 소장욕구와 더불어 ‘대출’이란 제도에 얽매여 시간의 촉박함을 싫어하는 나란 까다로운 인간은 값비싼 책을 사는 실수를 매달 반복한다.
물론, 책에 담긴 수많은 지혜를 손쉽게 사서 내 책장에 둘 수 있다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나는 이 축복을 누리는 애독가일뿐이라고 좋게 생각해본다.

올해초 동기가 크레마 모티프라는 이북리더기를 짬짬이 읽는 것을 목격했다.
두꺼운 책을 매번 가방에 꾸역꾸역 밀어넣고 주변 사람에게 ‘스마트폰이 아니라 종이책을 읽는 현시대의 낭만가는 바로 나!’라며 은근히 으스대며 꺼내 읽는 나와 달리, 그 친구는 남들 모르게 자신의 소양을 조용히 쌓아가는 것이 아닌가?
괜스레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같은 이북리더의 차이점

친구가 사용하는 이북리더기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너무 사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라 이 요물을 사기 위한 근거(라 쓰고 자기합리화라 읽는다)를 약 6개월 간 모아보았다.
첫째, 집중력이 중간에 깨지면 예민해지는 얇은 유리같은 성격탓에 늘 책을 꺼내 읽을때면 큰 맘을 먹어야했고, 글씨폰트부터 줄간격 하나하나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이 요물은 이 모든것을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
둘째, 이따금씩 약속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할때면 읽고 있는 책이 두껍거나 부담스러워 잘 안 읽게 된 적도 있었다. (물리적 크기에 대한 이점)
셋째,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는데, 아이폰으로 보기에는 너무 작고 아이패드로 보기엔 LCD, LED패널로부터 뿜어져나오는 빛에 눈이 시리곤 했다. 이북리더기는 E-Ink를 사용하기 때문에 종이책을 읽듯 눈이 편안하다.
넷째, 잠자기 전에 누워서 책을 읽곤 하는데, 다읽고 불끄러 가기 귀찮다. 이북리더기는 자체 라이트가 있는데 눈도 편하다!
다섯째, 힙하다. 독서의 몰락이 오고 마니아층 중심으로 독서문화가 자리잡은 이 시대에 나름 거금의 독서 디바이스를 소장한다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다.

원래 크레마 모티프를 사려고 했는데, 단종되고 크레마 페블이 출시되었다고 하여 오랜기간 계획한 구입에 대한 열망과 충동적인 마음이 더해져 급하게 샀다.
알다시피, 크레마 페블은 출시와 함께 논란이 있었다. 사전예약자들은 제쳐두고 인플루언서에게만 한정패키지를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공식유튜브 채널에서 마케팅담당자가 제품의 성능은 거두절미하고 디자인, MZ를 겨냥한 힙함만 강조하여 전자책마니아들로부터 실랄하게 비난을 받았다. 제품을 막상 받아보니 기대보다 훨씬 훌륭한 기기인데 마케팅담당자의 마케팅실패로 욕을 먹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본격적인 제품 개봉기를 해보겠다.

주문한지 하루만에 날아온 이북리더기

분명 어제 주문했는데 퇴근하고나니 집 앞 현관에 박스가 하나 와있었다.
추석 연휴 전 엄청난 물량의 택배전쟁 속 로켓으로 날아온 걸보니, 예스24에서 마음이 급했나보다.

안전한 포장 with a.k.a. 뽁뽁이

포장 역시 뽁뽁이로 이중으로 안전하게 포장되어있다.

오른쪽 위부터, 11인치 사은품 파우치 / 크레마페블 본체 / 젤리케이스 / 액정보호필름

설렌 마음으로 개봉을 하니 총 네 가지 품목이 들어있었다.
크레마페블 본체, 젤리케이스, 액정보호필름, 그리고 사은품으로 선택한 11인치 파우치이다.
제품 포장 박스는 친환경소재의 재활용지로 만들어진 것 같고, 영어글씨가 파란 글씨로 써있다. 나름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MZ감성을 노린듯 하다. 다만, 논란의 크레마페블 MD의 말처럼 의미없는 영어가 써진 것은 아니고, 각 제품의 소개가 적혀있다.

상자를 슬며시 열면 마중하는 크레마 페블

상자를 열어보니 하아얀 크레마 페블이 잠자고 있다.
한편, 배송중에 파손될 설탕액정으로 유명한 이북리더기의 내구성이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내 크레마 페블은 문제없었다.

본체 + 충전(데이터)케이블 + 설명서

간단한 구성, 맘에 든다.
다만, 애플이 쏘아올린 심플한 포장기류는 효율적이고 이쁘긴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늘 아쉬운 생각이 먼저 드는건 사실이다.

나와 첫 마주한 인생 첫 이북리더

전면은 옛 아이패드 미니를 연상시킨다. 이전 모델인 크레마 모티프는 유격과 빛샘현상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이번 크레마페블은 유격도, 빛샘현상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못 느끼는 걸수도…)

크레마 페블의 수줍은 뒷모습

크레마 페블의 뒷면은 깔끔하다. 지저분하게 ‘메이드인OOO’이느니, 제원을 적는다던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아 맘에 든다.
이 뒷모습이 맘에 들어 케이스도 투명케이스로 선택했다.

크레마 페블의 아랫면, SD카드슬롯 / 리셋버튼 / 충전포트 / 전원 및 슬립버튼

크레마 페블은 아랫면에 각종 기능들이 몰려있다. 용량 확장을 위한 SD카드슬롯, 리셋버튼, 충전포트, 전원 및 슬립버튼이 있다.
덕분에 옆면 및 윗면에는 어떠한 것도 없어 독서를 하다가 실수로 버튼을 눌러 화가 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충전포트도 C타입이라 범용성도 좋아 매우 맘에 든다.

가독성 미쳤음… 편안한 눈

불편한 편의점1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고, 2편을 펼쳤다.
그만큼, 눈이 편하고 몰입감이 매우 높다.
원래는 종이책으로 읽거나 아이패드로 읽었는데, 휴대성과 가독성 모두를 잡은 이북리더에 120% 만족감을 느낀다.

슬립모드에서 지금 읽고 있는 책 표지로 나타난다. 이쁘다.

책을 읽다가 슬립모드에 들어가면 지금 읽고 있는 책 표지가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취향저격이다.
요즘 책표지가 이쁜 책이 많은데, 책 표지가 슬립화면이라니… 꽤나 힙하다.

종료화면, 잠자는 스누피

위처럼 종료화면도 내 취향대로 바꿀 수 있다.

위비에서 구입한 스마트폰 밴드와 지비츠

추가로, 크레마 페블 사기 전 다른 사람들이 올린 후기를 10개정도 읽었는데 그중 너무 귀여웠던 거치 밴드를 쓰시는 분을 보고 따라 사봤다.

생각보다 꽤나 튼튼한 고정력

내 기대보다 스트랩이 짱짱해서 크레마 페블을 읽다가 떨어뜨릴 걱정은 사라졌다.

스트랩에 지비츠도 달 수 있다. 인싸력++

스트랩에 개인 취향의 지비츠도 달 수 있다.

튼튼함:)

손에 파지했을때도 스트랩장력이 꽤나 강해서 맘에 든다.

이번에는 사은품으로 받은 11인치 파우치를 소개한다.

곰돌이 푸 파우치

디즈니 라이센스의 곰돌이 푸 11인치 파우치, 기대했던 것보다 안 이쁘다.

조악한 퀄리티

파우치 입구도, 바느질 하나하나도 조악하다.

얇다. 아이패드 넣고 떨어뜨리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심지어 파우치의 두께도 얇다. 전혀 충격보호가 안될듯하다.
가벼운 스크레치 보호에만 중점을 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 모른다.
알라딘에서 고르는 사은품은 퀄리티가 상당한데, 예스24는 퀄리티가 안타깝다.

여하튼, 사은품으로 받은 파우치를 제외하고 이번에 받은 이북리더는 매우 만족한다.
한줄평을 남기자면 아래와 같다.

한줄평 : 평소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은 애독가들을 위한 범용 이북리더

다른 이북리더기와 비교한 좋은 글을 몇개 추천해준다. 참고하기 바란다.
1. https://ssibi.tistory.com/entry/전자책-이북리더기-비교-및-총정리-2024-최신판
2.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8563785

끝으로, 이 기계에 뭐그리 대단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20만원이 넘는 가격인 것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여타 이북리더기와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다만, 탄탄한 수요층인 독서마니아를 노린 프리미엄 전략이라면 할 말이 없다. (이것이 자본주의…)

이북리더기를 샀다고 해서 종이책을 절독하는 일은 없다.
종이책 한장 한장 넘겨가며 읽는 진한맛이 있고, 어디서든 간편하게 이북리더기로 읽는 옅은맛도 있다.
커피도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듯, 독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 기쁠따름이다.
한층 더 성장의 속도가 빨라진 나를 축하하며 이 글을 마친다.

나는 여전히 삶에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 ‘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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